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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edia

따뜻한 집밥같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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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집밥같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올해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영화를 본게 아니라, 휴무인 날 막연히 영화나 보러가 볼까 하는 마당에 동생이 '리틀 포레스트' 재밌을거 같더라 한마디에 혼자 가서 보고 왔다. (동생은 나중에 왜 자기랑 같이 안갔냐며 뭐라했지만) 주중 낮시간대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더욱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 이거 내스타일 같은데?' 하는 느낌이 확 왔다. 좋아하는 스토리, 장르들 중에 하나가 내용 상관없이 영상미가 예쁜 영화나 드라마 이기도 한데... 대학 다니던 시절 특히 아기자기한 장면과 색감이 예쁜 것을 좋아했다. 극적인 긴장감이나 큰 줄거리의 흐름 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세심하게 다루는 것이 일본 영화 같네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원작은 일본작품이라고 한다. 취향맞는 사람들에게는 극장에 이런 장르가 메이저 영화로 상영된다는 것이 반가울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주인공이 고향 집을 떠나 서울에서 나름의 치열한 삶에 마음이 지쳤을 때쯤 고향집에 내려오며 생활하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이 바뀌면서 사계절을 보내고, 각각의 시기에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순간에 꼭 해야하는 일(농사일이라던가, 꼭 만들어 먹어야하는 먹거리라던가 등등)을 소소하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영화포스터도 춘하추동 4가지 버전으로 있었다.


  이를테면 추운 겨울 뜨끈한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나, 곶감 만들기, 콩국수 등등 어찌보면 레시피라 할만큼 자세하게 다룬다. 일본 특유의 음식이나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영화 느낌이 물씬나는데 이를 좀 더 한국적인 배경으로 바꾼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일명 음식짤로 유명한 작품이라던가 먹방+음식을 중점으로 다루는 드라마들도 있어 이를 보는데 낯선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취향은 분명히 갈릴수도 있는데, 평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거나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라던지 화면의 화려한 연출 등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이런 장르를 좋아함에도 당시 몸이 좀 피곤해서인지 살짝 졸리기도 하였다. 물론 끝까지 잘 보긴했다.ㅎㅎ

  어른들이 보면 '옛날 어릴때 저랬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법한 장면들도 많고, 나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자연을 늘 접하고 있어서 익숙하기도 하였다. 


  영화를 보면서 참 좋았던 것은 영화 속 주인공의 일상은 어찌보면 매우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일상의 삶을 살지만, 그 일상을 영화가 감성적이고 미적으로 예쁘게 보이게끔 연출함으로써 '영화속 장면과 비슷한 내 생활도 저리 예쁜 장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김태리가 예뻐서인지, 영화속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예를들면 곶감을 먹는 모습도, 친구들과 막걸리를 먹는 모습도, 갓 익은 토마토를 베어물어 먹는 모습과 같은 것들도 특별하고 소중한 느낌을 받게 한다.  


  영화를 보면 장면의 아름다움과 주인공 스스로가 시골 생활을 하며 계절이 바뀜에 따라 꼭 해야할 일들을 하며 보람도 느끼고 자연의 이치와 그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처럼 보이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 또한 현실의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나 힐링을 받는 느낌이 든다. 마치 어른이 되었지만 독립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지쳤던 마음을 고향 집에 가서 집밥을 먹으며 마음이 풀리는 그런 기분이랄까.

 

  여기에 고향으로 내려온 뒤 어릴 적부터 친한 고향친구들과의 장면들도 옛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또다른 어린시절 순수하게 만난 친구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의 케미도 괜찮았다. 



  말 그대로 영화를 보면서 집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절대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는 아닐꺼야... 내 동생은 나중에 이영화를 보고나서 이그 먹는 것도 많이나오고 딱 언니가 좋아할 것 같더라~ 라는 말을 하더라...)
  사실 영화 초반 얼큰 수제비는 정말 극장에서 먹고싶긴했다.ㅋㅋㅋ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수가 있지만 평소 시골 감성을 좋아하거나 따뜻한 영상미로 힐링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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