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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간혹 화제가 되는 영화나, 영상미가 좋다거나,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게 아니라면 나 혼자서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막상 보기 시작해 스토리에 몰입이 되기 시작하면 재밌게 보지만, 그렇게 몰입이 되기까지가 참 힘들다고 해야할까. 특히 외국영화는 더 그렇다.
어찌되었든 이런 이유들로 나는 드라마보다 영화에 거리감을 좀 더 느끼는 편인데, 이런 내가 요새 꽂힌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JTBC 의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이 프로를 보았는데,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를 비교하면서 영화와 관련한 배우나 감독들이 출연해 오로지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화를 조금 보기 어려워 하는 내가 보기에 같은 영화를 감상한 연예인들과 영화 감독분들이 영화의 장면, 의미, 비하인드 스토리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니 영화를 함께 보고 수다떠는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 보고 난 이후로 너무 좋아서 IPTV로 지난 방송까지 챙겨서 다시 봤다.
# 방구석 1열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극장이 아닌 "방구석"과 같이 꾸며진 곳에서 같은 영화를 보고 서로의 감상평, 생각, 지식까지 공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영화를 소개해주는 영화의 스토리 위주가 아니라, 영화를 본 이후에 느껴지는 것, 생각해보아야 할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둔다. "방구석1열" 이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이 참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너무나 예능처럼 가볍지도 않고, 영화 전문 프로그램처럼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MC들의 호흡도 괜찮고, 변영주 감독, 유시민 작가와 같은 패널분들이 영화 외적으로 사회이야기, 인문학적 지식 등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깊고 넓은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특히 좋은 것은 영화를 직접 연출한 감독분들이 나온다는 것인데, 어떤 장면에서 미처 관객이 몰랐던 감독의 의도라거나 명장면이 탄생하게된 과정 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더킹'과 '내부자들'을 다룬 회차도 있었고, '1987'과 '택시운전사'를 함께 다루었던 회차에서는 내용이 내용인지라 당시의 사회 모습,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등을 분석하는 편이 인상적이었다.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를 다룬 편에서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주 나오시는 프로파일러분까지 함께 출연하기도 한 점이 프로그램의 색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TVN 알쓸신작의 영화판 느낌이다. 요새 공중파나 케이블에서까지 인문학적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등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내가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은 '알쓸신잡'이었다. 한명이 강사가 강의식의 내용전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여행을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데 그 속에서 생각지 못했던, 알지못했던 또 다른 지식을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것이 너무 좋았다.
방구석 1열도 영화를 통해 전문가 및 관련인들이 대화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영화적인, 또 한 영하의 범위를 넘어 당시의 사회상, 문화적 지식 등 다양한 인문학적 내용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알쓸신잡'과 같이 예능식 인문학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좋아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유시민 작가와 변영주 감독의 이야기가 폭도 넓고, 와닿는 이야기도 많았고 예능적인 재미도 있었다.
한가지, 일단 이 프로그램을 보려면 어느 정도 영화의 줄거리가 스포될 수 있음을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영화 전체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영화의 줄거리를 추려서 보여주고, 영화중 명장면이나 핵심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 전체의 내용을 알게 될 수 밖에 없고, 대화를 들으면서는 영화의 해석 면에서도 어느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 본인이 본 영화라면 다시 한번 영화를 되새기고, 함께 해석하고 부가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게되어 좀 더 깊은 해석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을 것 같다. 프로그램 자체가 마이너적인 영화 작품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관객수가 꽤 나오거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을 다루기 때문에 어느정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방구석1열'을 여러 회차 보다보니 좀 더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감독이 의도한 대로 내가 영화를 잘 보았는가? 내가 영화를 전반적으로 잘 이해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화 전문가들에게 첨삭받는느낌이랄까.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어. 이런장면은 이런 의미가 있었어. 등등. 이렇게 영화를 접하고 나면 이미 보았던 영화도 방송에서 나온 감상평 등을 바탕으로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라면 '이 영화 한번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까지는 비슷한 장르와 스토리 또는 주제를 다룬 영화들을 연결지어 다루는데, 꼭 비슷한 영화끼리 예상가능한 연결고리로 이어진 작품들보다 다양한 장르와 방식으로 작품들을 연결지어 다루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정말 집 안에서 쉽고, 친근하게 영화 감상하기 좋아서 영화 보는게 부담이 되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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